우리들의 이야기/자유게시판

만학도의 슬픔과 수습사원

청석tr 2023. 3. 30. 05:06

만학도의 슬픔과 수습사원

 

서울 종로에 있는 대기업체 ○○주식회사에 수습사원으로 발령받았고 5년 후 근무하던중 1977년부터 1978년까지 제주도에 파견되어 한라산 중산간 지대에 방치된 황무지였던 유휴지 30만평을 목장으로 개간하는 임무를 맡아 2년 동안 한라산 5.16도로 근처에서 야영하면서 농민들을 동원하고, 도청 축정과에서 카운티 트랙타(75마력)를 임대받아 밤낮으로 황무지를 개간하였다.

두 아들도 모두 제주도로 이사하여 큰아들은 서울 북성 초등학교에서 제주시 이도 2동 소재 광양초등학교로 전학시켰다. 인자하신 여성 교감 선생님과 담임선생님께서 한글을 유치원에서 배우지 않고 입학한 나의 아들에게 방과후에 별도로 가르쳐 주셔서 너무 너무 고마웠다. 제주도 풍습인 신구간이라는 이사철이 아니라 여인숙에서 가족이 생활하였다. 총 재산은 이불과 밥솥 뿐이었다.

어떤 놈이 여인숙까지 찾아 와 KBS 시청료를 내지 않으면 TV를 압수하겠다고 협박하였다. 객지에 오니 별 놈이 다 괴롭힌다.

 

제주대학교 대학원 원장이신 정창조 박사 그리고 제주시 봉개동 강창종 동장과 제주시 영평동 김덕용 농지 위원장께서 황무지 개발사업에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서 유휴지 30만평을 푸른 초원으로 만들고 축사를 짓고 소떼들을 입식시켰다.

축사 지붕과 연결하여 봉천수 탱크를 만들어 가축들의 식수를 준비하였다. 천둥 번개가 치고 폭우가 쏟아지던 가을 태풍 때 100여 마리의 소떼들이 모두 마을 농장으로 도망갔다.

큰 일이 일어났다. 농민들의 가을 농작물을 폐허로 만든 것이다. 소 한 마리는 찾지 못했고 피해 농민을 찾아가 술과 담배를 선물하고 나의 봉급을 털어 코가 땅바닥에 닳도록 빌고 빌었다.

 

트랙타로 복비인비 등 비료를 살포하고 인부들은 쉴새 없이 돌맹이를 주워내고 라이그라스, 오차드그라스, 화이트크로바, 레드크로바, 옥수수, 강냉이, 톨페스큐 등을 재배하고 진드기 구제장을 만들고, 계곡에 물이 고이도록 하며, 축사를 짓고 한우 재래종과 인도산, 미국산 등 소떼들을 입식시켰다. 2년 후 다시 상경하여 인사과장으로 진급하여 근무 중 경기도 노온사리 구름산 호수가에 시흥 골프장 건설 임무를 추진하던 중 1979 10.26사태로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고 그 이듬해 회사 회장님도 별세하였다. 큰아들이 회장으로 부임하고 회사 그룹 임원들도 하나, 둘 씩 떠나고 분위기가 어수선하였다.

 

나와 함께 회장님 개인 재산 제주도 사업 담당자인 L전무의 지시로 제주목장 운영자금에서 오전에 2십만원 그리고 오후에 2십만원 합계 40만원을 인출했는데 L전무는 착각을 하였는지 오전에 한 번만 인출했다고 하면서 끝까지 나를 의심하였다. 30년 세월이 흐른 지금도 의심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거짓말을 할줄 모른다. 생각하면 지금도 기분 나쁘다.

그 분이 이 글을 읽는다면 나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할 것이다.

 

나는 1981년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만학으로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수료하고 교사자격증을 받아 대학 선배(박성근)의 소개를 받아 5년 동안 학원 강사로 취직하여 생계를 꾸려갔다.

상록학원, 양지학원, 제일학원, 공무원학원, 서울학원, YMCA학원, 카투사학원, 성문학원, 국제고등기술학원, 공인중개사학원 등 수많은 학원을 전전하면서 국민윤리 과목만 강의하였다. 목이 붓고 피가 나온다. 강사료를 받아 생계를 꾸려야 가족이 굶어죽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정신교육을 한다는 자부심이 나를 위로하였다. 나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다녔고 군대생활 8년 동안 최전방에서 폭탄 운반병도 했고 정훈장교도 했기 때문에 애국심은 남보다 강한 편이다.

결혼 후 월세, 전세 등 18회나 이사다니다가 25년만에 겨우 집 한 칸을 마련할 수 있었다.

 

 

 

'우리들의 이야기 > 자유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늦둥이 교직 생활  (0) 2023.03.30
대학 입학과 중퇴  (0) 2023.03.30
오늘의 기도문  (0) 2023.03.09
노원 문인협회의 추억 편집  (0) 2023.03.04
과거를 묻지마오  (0) 2023.02.17